클래식이야기

  • 2023-12-28

[리뷰] [문화뉴스] KBS교향악단 제797회 정기연주회 “방황하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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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교향악단 제797회 정기연주회 “방황하는 이들에게”


-“정통템포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으로 디테일 살아나”

12월23일(토)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오랜만에 정통 템포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KBS교향악단의 올해 마지막 연말 송년연주회를 보면서 KBS교향악단의 오랜 저력을 봤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이 주는 여운에 나는 공연이 끝나고서도 한동안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로비를 떠나질 못했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가 매년 다르다고 하지만 근자에 들어봤던 KBS교향악단 송년 연주회로선 가장 마음의 울림이 컸던 까닭이다. 전날 서울시향 베토벤 합창연주의 밝고 화사한 연주 대비 KBS교향악단 연주자들의 검정색 연주복에서 느껴지는 다소 진중함이나 바리톤 최기돈의 강렬한 울림, 지방 공연장에서 맛볼 수 없는 서울 중앙 콘서트홀의 어쿠스틱 비중, 오랜만에 포디엄에 선 상임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까지 연주내내 정통이란 단어가 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지난해 2022년 12월24일 있었던 KBS교향악단의 연말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회의 기억은 지휘 피에타리 잉키넨이나 KBS교향악단 단원들의 연주 마음가짐에서 과거와는 사뭇 다른 긴장감을 느끼며 역대 KBS교향악단이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와는 완전히 다른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Choral)을 연주했다는 감정을 가졌었다.

 

역대 여의도 KBS홀이나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연말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때와 달리 지난해 KBS교향악단의 전례없는 긴장감 높힌 연주가 마치 나사를 바짝 조인 것 같은 연주의 느낌을 받았었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우선 더블베이스의 좌측 배치로 신선감이 시야에 확 들어왔고 오랜만에 접한 상임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이나 KBS연주 단원들의 연주 몸놀림이 매우 가볍게 느껴지는 것이 산뜻한 감을 줬었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vor Gott(신 앞에)’ 지휘부분에서 회심(會心)의 지휘를 앞에서 뒤로 날려보내는 피에타리 잉키넨의 확신에 찬 자신감등 2023년 지휘 2년차를 앞둔 잉키넨의 지휘 리더쉽이 KBS교향악단 단원들을 꽉 장악하며 일사분란하게 연주되는 것이 역대 KBS교향악단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지난해 내게 불러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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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제대로 된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교향곡’의 정통감”

 

지난해의 KBS교향악단의 완전히 이렇듯 다른 느낌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와 달리 올해는 정통 템포의 연주로 디테일의 연주가 살아나고 해서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의 맛을 관객들이 제대로 맛본 것 같아 정통교향악단으로서의 KBS교향악단의 이미지가 새로 섰다.

 

이런 KBS교향악단의 정통 템포 인식은 전날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얍 판 츠베덴 지휘의 서울시향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연주가 빠른 템포로 현대적 정제된 베토벤 합창교향곡의 연주가 되었다는 시각에서 반사적으로 KBS교향악단의 합창 연주가 상대적으로 더 정통템포로 관객들에게 다가왔던 감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12월23일 토요일 오후 KBS교향악단도 서울시향이 전날 작곡가 신동훈의 ‘그의 유령같은 고독위에서’를 전반부에 연주한 것과 마찬가지로 슈트라우스의 ‘방랑자의 폭풍우의 노래, Op.14’로 전반을 장식하는 같은 연주포맷을 취했는데 후반부에 연주될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의 축소판같은 인상을 줬다. 참고로 지난해 KBS교향악단의 연말 베토벤 합창교향곡 제9번 연주회에선 사전곡으로 연주된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작품 26의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버전의 “핀란드여, 일어서라,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라. 강력한 기억으로 가득한 그대. 핀란드여, 일어서라, 전세계에 보여주오”라는 문구가 압제에 시달린 한국민들의 정서에도 부합, 전반부터 자국의 지휘자 잉키넨은 이런 열띤 합창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일신공신이 됐었다.

 

KBS교향악단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가 서두른다는 느낌을 줄 만큼 빠른 템포의 연주를 선택한 것이 아니고 정통 템포를 견지함에 따라 디테일의 연주가 많이 살아났고 이로 인해 관객들이 올해 KBS교향악단이 합창 프로그램으로 다섯 번이나 지방공연을 가진 충북 음성이나 의정부 예술의 전당등 지방무대에서와 달리 중앙무대에서의 관객비중과 어쿠스틱 음향효과에 힘입어 관객이 제대로 된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의 정통연주를 맛봤다.

 

이런 디테일이 살아난 대목을 추가적으로 언급하자면 이날 출연한 솔리스트 독창자의 한명인 바리톤 최기돈이 KBS교향악단 유트브 동영상에서 밝힌 대로 신비한 목관의 화음이 서주를 도입하는 1악장의 경우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은 제1악장의 신비스러운 도입부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교향곡의 첫 도입부를 듣는 순간, 베토벤 교향곡이라면 으레 크고 웅장하게 시작되리라는 관객의 추측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리며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들릴 듯 말 듯한 호른의 지속음과 현악기의 살랑거리는 트레몰로가 슬그머니 교향곡의 시작을 알리는 디테일이 새로왔다.

 

출처 : https://www.mh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9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