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야기

  • 2022-02-28

[인터뷰] 바이올린 거장 레핀 “젊은 관객 많은 한국공연, 몰입도 높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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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거장 레핀 젊은 관객 많은 한국공연, 몰입도 높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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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51)이 지난해 10월에 이어 넉달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일찍이 러시아 3대 신동으로 불렸던 그다. 동갑내기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 세살 아래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와 함께였다.

 

오십 줄에 들어섰으니 이제 거장이란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 서울의 한 호텔에서 격리 중이던 그를 지난 24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한국과 친숙한 편이다. “한국 공연장엔 젊은 관객들이 많이 찾는다. 유럽에선 이렇게 젊은 청중이 많은 걸 보기 어렵다. 그래서 한국 청중들과 함께하는 건 늘 멋지고 즐거운 일이다.”

 

그는 한국 청중은 연주에 대한 집중과 몰입이 매우 뛰어나다고 감탄했다. 이번엔 서울 예술의전당(지난 26)과 인천 아트센터(27)에서 피에타리 잉키넨(42)이 지휘하는 케이비에스(KBS)교향악단과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했다.

 

레핀의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 1733 로드는 감정 진폭이 큰 이 곡을 풍부한 색채로 농밀하게 빚어냈다. 지휘자 잉키넨은 강약을 세밀하게 조절하며 협연자가 도드라지도록 배려했다. 호흡이 좋은 연주였다.

 

레핀은 한국 젊은 연주자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한국에 재능이 뛰어난 젊은 연주자들이 많은데, 그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음악에 헌신적이다. 그리고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진지하다.”

 

그러면서 피아니스트 김태형(37)을 자신이 음악감독을 맡은 트랜스 시베리아 아트 페스티벌 2022’에 초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5)2015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4위에 오르며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레핀이 심사위원 가운데 한명이었다.

 

레핀은 이 대회 직후 내 생각엔 클라라 주미 강이 우승자라고 호평했다. 클라라 주미 강도 올해 레핀이 주관하는 페스티벌 개막 공연에서 연주한다.

 

그는 즉시 연주할 수 있는 레퍼토리가 많은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연주가 잦을 땐 매주 똑같은 연주를 할 수 없지 않나. 7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바꿔가면서 연주했는데 리허설은 아주 짧게만 했다.”

 

이 때문인지 그는 연주자가 펑크를 내는 비상 상황에서 즉각 투입할 수 있는 구원투수로도 명성이 높다. 2011년 서울시향과 협연하기로 했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가 내한을 취소하자 지휘자 정명훈은 즉각 레핀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정명훈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지휘자다. 친구가 어려울 때 돕는 건 좋은 일 아닌가. 하하.”

 

그는 유쾌한 분위기에 사람 좋아 보이는 호인 인상이었다. 러시아의 바이올리니스트 다비트 오이스트라흐, 야샤 하이페츠와 비유되기도 한다는 말을 건네니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런 대가들에 비유하다니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닮았다는 얘기도 있다고 하니 그는 이렇게 받았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얘길 들어보긴 했다. 그런데 그건 아니지. 나는 머리도 희고. 하하.”

 

러시아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 태생인 그는 18살에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니에리 바이올린을 주기적으로 바꿔가며 연주해왔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노래를 부르고, 과르니에리는 말을 한다.” 그가 남긴 명언이다. 그는 악기마다 다른 특성이 있다. 결국 악기는 연주하는 사람에게 달렸다어떤 소리를 만들지에 대한 연주자의 비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레핀과 케이비에스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잉키넨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예전에 아주 젊은 지휘자가 가장 어려운 곡으로 손꼽히는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지휘한다고 해서 놀랐는데 그 사람이 잉키넨이었다.

 

시작한 지 딱 2분 지나고 나서 그가 훌륭한 지휘자가 될 것을 예감했다.” 바이올린 주자 출신인 잉키넨은 어린 시절 레핀의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의 아내 스베틀라나 자하로바는 살아 있는 춤의 전설로 불리는 세계 정상급 무용가다.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에 해당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두차례나 수상했다. 레핀은 2019년 한국에서 아내와 함께 공연하기도 했다.

 

원본 출처 : https://www.hani.co.kr/arti/culture/music/103294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