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야기

  • 2022-02-28

[리뷰] 풍부한 울림과 섬세한 음향, KBS 교향악단 제 775회 정기연주회 '나의 소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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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풍부한 울림과 섬세한 음향, KBS 교향악단 제 775회 정기연주회 '나의 소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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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6() 오후 5,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는 KBS교향악단의 제 775회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지휘에는 KBS교향악단의 제 9대 음악감독으로 2022년부터 KBS교향악단을 이끌고 있는 피에타리 잉키넨, 협연자로는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이 무대에 올랐다.

 

피에타리 잉키넨이 만들어내는 풍부한 울림

 

1부의 첫 프로그램으로 축제풍의 안단테를 선택했는데, 두 번째 곡인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하기 좋은 온도로 공연장을 예열했다. 마치 우유 거품과도 같은 부드러운 연주였다. 정돈된 소리로 울림을 풍부하게 만들어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은 협연자인 바이올리니스트 바딤레핀에 맞추어 음량은 작으면서도 협연자가 타고 가기 좋은 울림을 발판으로 만들어주었다. 첫 곡에서 보여주었던 입체적이면서도 공간을 채우는 울림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음량을 최소한으로 섬세하게 줄였다.

 

바딤 레핀은 팔이 길어 활의 가동범위가 넓다. 데크레셴도와 같은 음량조절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더불어 공기가 많이 섞인 듯한 활쓰기는 폭이 넓은 비브라토와 만나 낭만적인 음색을 만들어낼 때는 중후한 음색의 KBS 교향악단과 잘 맞았다.

 

하지만 동시에 협연자로서는 음량이 다소 작았으며 소리의 선명도가 떨어졌다. 고음에서는 얇고 유약한 음색이 주를 이룰 때가 많았다. 그래서 풍부하고 둥근 울림을 만들어내던 오케스트라의 반주와는 겉돌았다.

 

따라서 오케스트라가 현의 편성을 줄이는 것이 음량의 측면에서 더 조화롭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동시에 오케스트라는 '콘체르토'라는 장르에 맞는 반주를 했는데도 협연자와 오케스트라 간의 미묘한 경쟁의 열기와 치열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바딤 레핀의 연주는 과연 '콘체르토'에 맞는 연주였는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2악장에서는 그의 낭만적인 음색이 강점으로 작용하여 보다 안정적이고 중후한 면이 돋보였다. 하지만 빠르고 정열적인 3악장에 이르러 바딤 레핀은 체력분배가 잘 되지 않았던 탓인지 테크닉적인 실수가 동반되는 등 다소 불안한 진행이 이어졌다.

 

그는 브루흐 콘체르토에서 고전한 것을 앙코르곡으로 만회했다. 예브게니 오네긴' '렌스키의 아리아'를 오케스트라의 반주와 함께 연주했다. 브루흐 2악장에서보다 더욱 다양한 음색과 풍부한 비브라토를 들을 수 있었다.

 

낭만의 색채감,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4

 

2부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4, 현의 전체적인 통일성이 뛰어났다. 피에타리 잉키넨은 음향적인 면을 섬세하게 통제, 조절할 줄 아는 지휘자였다. 그는 루바토를 과하지 않게 하여 자신이 설계한 음향적인 효과를 잘 적용시킬 수 있었다.

 

앞선 1부의 무대보다 더 생기 있고 과감한 설계가 보였다. 특히나 3악장, 현악기의 피치카토로 시작되는 악장에서는 짧은 구간 안에서도 크레셴도와 데크레셴도가 확연하게 차이나면서도 흐름이 자연스럽도록 하는 완급조절이 돋보였다.

 

금관은 금관 특유의 선명하고 무대를 꽉 채우는 풍성한 소리가 일품이었다. 또한 3악장에서 잠깐 나오는 피콜로의 깔끔한 텅잉은 곡을 반짝이게 하는 등 목관 연주자들은 개개인의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관과 현의 울림과의 결이 통일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 KBS교향악단의 제 775회 정기연주회는 2022년에 이르러 전보다 더 확고해진 KBS 교향악단의 정체성과 동시에 발전가능성을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또한, 775KBS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의 제목은 '나의 소원은'이다.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유추하기 어려우나 지금 현재의 지구촌 사람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 없는 평화'가 아닐까 싶다.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곡을 감상하면서, 그도 지구라는 같은 땅을 딛고 서있었던 인간으로서 전쟁을 바라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음악은 또다른 언어이다. 이 언어는 말이 다른 언어권의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한다.

 

전세계의 사람들이 이 하나의 언어로 전쟁이 없는 평화의 기쁨을 노래하는 시기가 도래하길 바란다.

 

[위드인뉴스 차시현]

 

원본 출처 :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ection=148&category=149&item=&no=27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