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야기

  • 2022-02-04

[리뷰] [기고] KBS교향악단, 시벨리우스의 레민카이넨 모음곡에서 섬세한 연주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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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BS교향악단, 시벨리우스의 레민카이넨 모음곡에서 섬세한 연주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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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내게 KBS교향악단의 연주는 제9대 신임 음악감독 피에타리 잉키넨의 취임을 계기로 섬세함의 연주로 교향악단에 대한 이미지가 바뀔 것 같다. KBS교향악단은 그간 내게 투박함의 연주 이미지로 비쳐 경쟁자인 서울시향의 섬세한 연주 이미지에 대비돼왔다.

 

지난 128일 금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KBS교향악단 제9대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에서 핀란드 출신으로 동향의 오스모 벤스케 못지않게 시선이 집중된 피에타리 잉키넨은 특히

 

시벨리우스의 레민카이넨 모음곡에서 이런 섬세한 연주의 연속을 선보여 마치 KBS교향악단이 되돌아왔다(!)는 착각마저 내게 불러일으켰다.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 연출해내는 KBS교향악단의 연주

 

곡의 해설은 시벨리우스 레민카이넨 모음곡, 작품22에서 제1, 레민카이넨과 섬의 처녀들의 음악이 레민카이넨의 동경과 갈망을 나타내는 주제(처음에 호른과 목관에서 제시된다)와 춤을 즐기는 사흐리 처녀들의 성격을 나타내는 주제(경쾌하고 리드미컬하다)를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고 썼다.

 

이어 제2, 투오넬라의 레민카이넨에 앞서 순서를 뒤바꿔 연주된 제3, 투오넬라의 백조의 음악에 대해선 음산하고 불길한 기분을 자아내는 관현악을 배경으로 백조를 나타내는 잉글리시 호른 선율이 고즈넉이 흐르며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명곡이라고 기술했다.

 

이런 초반의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연주와 고즈넉이 흐르며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KBS교향악단의 연주가 내게 투박함의 이미지로 박혀있던 KBS교향악단에 대한 인상을 섬세한 이미지로 뒤바꾸게 한 것 같다.

 

보통 신임 음악감독의 취임 연주회 레퍼토리는 자신의 아이덴티티(Identity)에 맞게 자신이 가장 잘 지휘할 수 있고 핀란드의 시벨리우스처럼 자신의 국적 작곡가의 작품을 선택하거나 새로운 출발의 의미에 방점을 찍는 곡들이 선택되는 것이 다반사다.

 

그런 의미에서 피에타리 잉키넨이 서곡 연주로 시벨리우스 카렐리야 서곡을 택하고 메인으로 시벨리우스의 레민카이넨 모음곡, 작품 22 연주에 이어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를 앙코르곡으로 마무리한 것은 잉키넨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십분 부각한 것이다.

 

올해 외국인 음악감독의 첫 포문을 연 벨기에 출신의 다비트 라일란트가 지난 123일의 취임 연주회를 통해서도 내건 것이 빛을 향해로 지치고 힘겨운 우리의 마음()속으로 베토벤과 슈만이 고난 속에서 피워낸 소리의 꽃과 향을 불어넣는 시간 출발의 연주회 의미를 담고 있었다.

 

20202월 말러교향곡 제2부활의 연주로 전임 예술감독 정명훈의 퇴임 이후 수석 객원지휘자 체제로 운영되던 서울시향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자 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확고한 의지의 표출이자,

 

그만큼 감동적인 출발을 알렸던 핀란드 출신 음악감독 서울시향의 오스모 벤스케도 2022년 올해 첫 연주회에선 지난 129일 연주회를 통해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모차르트의 레퀴엠 등 올 레퀴엠 곡들로 구도자적 지휘를 펼쳐 모차르트는

 

진혼곡의 정석대로 합창을 작품에 적용했지만, 나머지 두 작곡가는 순수 기악곡의 형식을 취해 다케미츠는 오케스트라 중 현악 파트만을, 라우타바라는 관악과 타악 파트만을 이용하는 연주의 레퀴엠을 보여줘 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국내 오케스트라 연주의 예술적 잠재력과 레퍼토리 확장에 시동의 계기

 

KBS교향악단의 피에타리 잉키넨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의 협연자는 2010년 쇼팽콩쿠르 우승자인 율리아나 아브제예바가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제1번으로 무대에 올랐는데 2010년 쇼팽콩쿠르에서 쇼팽을 꼭 닮은 섬세한 연주방식으로 우승을 거머쥐며 ,

 

또 지난달 서울시향과 2020 쇼팽콩쿠르 우승 기념 연주회를 가진 브루스 리우의 연주와 흥미로운 쇼팽 연주 비교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쇼팽 연주곡이 협연 곡으로 선정되지 않은 것은 개인적으로 다소 아쉬웠던 대목이다.

 

리시차의 연주에 비견될 만한 아브제예바의 연주는 때로는 날렵하고 간결하고 호쾌한 보잉이 따르는 등 예전의 아르헤리치 연주를 연상시키기도 했지만, 쇼팽콩쿠르 우승자의 이미지에 따르는 쇼팽 협연 곡의 연주 불발은 역시 개인적 아쉬움으로 남는다.

 

올해 2022년 연초부터 어쨌든 국내 주요 교향악단의 음악감독이 전부 외국인 음악감독 체제로 출발하는 것은 국내 음악계 풍토에서 전례가 없는 현상으로 국내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에게도 긴장과 분발을 촉구하는 모멘텀이자 연주의 예술적 잠재력과 레퍼토리 확장 시동의 긍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 유럽 무대가 가장 주목하는 지휘자 중 한 명인 코리안심포니의 신임 음악감독 다비트 라일란트는 프랑스적이되 독일적인 감수성을 지닌 독특한 음악 세계를 구축,

 

라일란트는 베를리오즈 드뷔시 라벨에 이르는 프랑스 음악과 슈만, 슈트라우스로 대표되는 독일 낭만 음악 나아가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 등 빈악파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한다는 평가다.

 

KBS교향악단의 제9대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피에타리 잉키넨 역시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데 2021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발퀴레>를 무대에 올렸고, 2022년에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감독: 발렌틴 슈와츠(Valentin Schwarz)에 초청받아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의 새로운 프로덕션을 지휘할 예정이라고 하니 KBS교향악단에 접목될 피에타리 잉키넨의 바그너 연주가 향후 어떻게 펼쳐질지 사뭇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향의 음악감독으로 3년 차 연착륙을 맞는 오스모 벤스케는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후 2021년에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을 연주했고 2022년과 23년에 걸쳐 7개의 교향곡 전곡을 서울시향과 완주할 계획이어서

 

이런 음악감독의 입맛이 반영된 연주는 자연스레 레퍼토리 확장으로 연주장을 찾는 클래식 관객들에게 돌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 여홍일(음악 칼럼니스트)

 

원본 출처 : http://www.mh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