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야기

  • 2019-09-22

[리뷰] 객석에 흘려보내는 브람스의 ‘서정성’, KBS교향악단 제 746회 정기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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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인뉴스 차시현]

 

지난 9월 19일 예술의 전당, KBS는 교향악단은 브람스의 작품으로 서정성 가득한 가을을 노래했다. 지휘에는 뉴질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인 에도 데 바르트, 협연자로는 1970년 쇼팽 콩쿨의 우승자 개릭 올슨이 자리했다.

 

가을을 맞이하고 점점 추워지는 날씨와 깊어지는 감성에 맞게 ‘서정’을 주제로 브람스의 음악으로 전체 프로그램을 구성한 KBS 교향악단. 가을과 그 누구보다도 어울리는 작곡가 브람스와 함께 그들의 강점인 중후함과 서정성 사이 그 언저리의 가을 감성을 담았다. 전체적으로 극적인 다이나믹보다는 흘러가는 음악적 선이 돋보이는 프로그램 구성을 보여주었다.

 

첫 번째 곡은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피아노를 기교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관현악에 녹아들도록 설계한 음악이다. ‘피아노가 편성된 교향곡’이라 불리기도 한다. 조금 더 자유로이 노래할 수 있는 기교를 요구하는 곡보다도 오케스트라의 한 파트처럼 연주해야하는, 더욱 까다롭다고 할 수 있는 이 곡을 개릭 올슨은 어떻게 소화해냈을까?

 

개릭 올슨이 연륜미로 보여주는 음악적인 선

 

개릭 올슨은 키가 매우 커서 피아노가 장난감처럼 보일 정도로 쉽게 연주를 하는 느낌이었다. 큰 몸동작 없이도 표현의 폭이 넓은 연주자임을 알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그가 보여준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그 음악은 젊음보다는 성숙한 느낌이 다분히 있었다. 젊음의 패기, 테크닉적인 요소는 기본적으로 품고, 역시나 연륜미가 가득한 유려한 선이 살아있는 연주였다. 건반 터치가 상대적으로 하나하나 명확하게 들리진 않았다. 물론 터치를 강하게 충분히 할 수 있는 연주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음은 유려한 선율의 프레이즈가 강에서 바다로 이어지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또한 이 곡이 지닌 ‘서정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에도 데 바르트가 브람스와 함께 뿜어내는 에너지

 

지휘자 에도 데 바르트는 그 몸짓이나 지휘봉의 끝으로 보여주는 표현이 브람스의 음악과 잘 어울리는 음악감독이다. 젊음의 싱그러운 느낌보다도 이제는 큰 동작이 없이도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그 존재 자체로 뿜어내는 연륜이 보이는 지휘자였다. 그럼에도 그의 열정이 보이던 지휘는 청중을 감동시키기 충분했다.

 

브람스의 교향곡 중에서도 남부 오스트리아 푀르차흐에서의 자연의 정취가 물씬 풍겨지는 제 2번 교향곡은 브람스 자신이 “밝고 사랑스러운 곡”이라 표현할 정도로 제 1번과는 다른 깊이를 지녔다. 장중함은 덜하지만 온화함이 가득한 곡이라 볼 수 있다.

 

 

KBS 교향악단의 강점인 저음의 중후함과 긴장감이 처음부터 끝까지 잘 작용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풍성한 화음 속 자연의 소리를 표현해내는 관악기들의 연결이 자연스럽다고 보기는 어려웠으나 전체적으로 가을과 어울리는 브람스의 온화하면서도 깊은 감성을 잘 표현해냈다. 그만큼 유려한 음악적 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적절할 때 나오는 저음의 중후함은 꽤나 어울렸다.


현악의 고음은 기존에 품어왔던 중후함, 편안한 느낌과는 약간의 대조가 되는 조금 더 날카로운 선이 많이 보였는데, 그런 면이 마냥 편안한 느낌이 아닌 적당한 긴장감을 부여해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서정성을 객석에 흘려보내다

 

KBS교향악단의 제 746회 정기 연주회는 ‘서정’이라는 주제에 충실했던 공연이었다. 어느 오케스트라보다도 금빛 찬란한 조명이 어울리는 오케스트라. 그들은 이번 공연에서는 장중함보다도 조금은 절제된 담백함을 한 스푼 담았다.

 

그리고는 노란 조명 아래 여름을 지나 맞이한 계절에 어울리는 따뜻한 베이지색의 가을 감성, 온화함을 객석에 잔잔히 흐르는 강에 작은 돗단배를 올려보내듯 흘려보냈다. 그리고 청중은 그 온화함을 책갈피 삼아 마음 한 구석에 품어 간직할 수 있었던 연주였다.

 

[공연정보]

 

2019.09.19(목) 20:00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에도 데 바르트, 지휘 Edo de Waart, Conductor
개릭 올슨, 피아노 Garrick Ohlsson, Piano
 
 
[Program Note]
 
브람스 / 피아노 협주곡 제2번 B-플랫 장조, 작품 83
브람스 / 교향곡 제2번 D 장조, 작품 73



차시현 withinnews@gmail.com  

 

원문출처: http://withinnews.co.kr/news/view.html?section=148&category=149&item=&no=19896